• Case 1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알 수 없고 주 보호자가 연명의료중단을 요구하였으나, 연락 두절된 가족이 있어 전원의 합의가 불가능하여 연명의료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

  • 사례

    환자 (F/80)는 고혈압, 당뇨, 치매의 기저질환으로 평소 요양병원에서 지내며, 하지 및 좌측 상지 마비가 있으나 휠체어로 거동이 가능하였음. 내원 1주일 전 면회 당시에는 보호자와 대화 가능하였으나, 내원 전날 혈압이 떨어지고 객담이 증가하며 당일에는 의식 저하 및 발열 있어 응급실 경유 병동으로 입원함. (입원 당시 34.4KG으로 심각한 영양결핍상태였음)

    입원 후 혈압 및 산소포화도가 저하 되었으나 인공 삽관 등과 같은 처치에 대하여 주 보호자가 거부한 상황이었음. 하지만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알 수 없어, 치료 중단 및 보류를 위해서는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였음. 자녀 2남 1녀 중에서 딸은 연락을 하고 있지 않고 연락처 조차 모르는 상황으로, 전원 합의가 불가능하여 법적 요건에 충족되지 않아 가족 합의서 작성은 하지 못함. DNR 작성 후 경과에 기록하기로 하였으며, 환자는 DNR 상태에서 다시 요양병원으로 전원 되었음. 당시 윤리위원회에서 임종기 판단에 대해 논의하였을 시 환자에게 인공 삽관이나 심폐소생술 등의 처치를 하여도 소생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판단하였음.

    의견

    현행법에서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배우자 및 모든 직계 존속·비속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특히 고령의 환자의 경우 직계 혈족이 많아 의료진이 모든 직계 혈족과 연락해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동의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법안이 개정되었다. 이 개정되는 법률로 모든 직계 존비속의 동의를 받느라 걸리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외에도 상기 사례처럼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거나 전혀 왕래를 하지 않으며 환자에 대해 일체 관여도 하지 않고자 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현행 법안 및 개정되는 법안으로는 대처가 어렵다. 모든 가족이 의사결정과정에 참가하지 못한 채로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하게 되는 것은 현재 법으로는 불가능하며, 의료진 입장에서도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고민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환자가 말기상태에 임종이 임박하여 더 이상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연명치료를 시행하여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이 수일에서 수 주라면, 의료진과 주 보호자가 충분히 상의한 후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이 뒷받침이 되고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족 중에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법적 서식을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연락이 장기간 되지 않은 가족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나머지 가족들의 진술서를 첨부한 후 동의를 받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법적인 절차에 앞서서, 가족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고 충분한 상의 후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 과정에서의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과 공감, 지지 등의 역할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 Case 2.

    의식이 명료한 말기 암 환자였으나 가족에 의해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거부당하여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하지 못한 사례.

  • 사례

    환자(F/57)는 2016년 11월 Hilar cholangiocarcinoma (klatskin tumor)로 진단 후 3차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이던 환자로 peritoneal seeding 발견되어 더 이상의 치료는 하고 있지 않았던 말기 암 환자였음.

    본원으로 내원 전일 abdominal pain 지속되어 응급실 내원하였고, biliary septic shock 으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음. 암에 대한 treatment plan 없는 상태에서 중환자실 치료에 대한 의견 및 호스피스 치료계획에 대해 환자와 상의하려고 하였으나, 남편이 '나는 연명의료를 하지 않길 바라나, 환자에게 직접 묻는 것은 상처가 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직접 설명하는 것을 거부하였고, 주말 동안 의료진보다는 환자와 가족 간에 연명의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하였으나, 이에 대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병동에서 사망함.

    의견

    현행법에는 “① 담당의사는 말기환자등에게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연명의료계획서 및 호스피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② 말기환자등은 의료기관(「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 중 의원ㆍ한의원ㆍ병원ㆍ한방병원ㆍ요양병원 및 종합병원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서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을 요청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어 환자 가족에 의해 연명의료에 대한 계획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을 거부당할 경우 담당의사가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설명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환자로 하여금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생명윤리의 4가지 원리 중 ‘자율성 존중의 원리’에 위배된다. 한편,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된다는 ‘선행의 원리’ 측면에서 보면 위의 환자 가족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환자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환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환자에게 선행을 행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온정적 간섭주의의 행태가 될 수 있겠다.

    중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은 임종이 임박해 있는 환자를 대할 때 가족의 저지로 환자에게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이때 의료인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의 원리를 중요시해야 할까, 아니면 온정적 간섭주의의 형태로 빠지는 선행의 원리를 추구해야 할까?

    환자의 평소 성향을 따져 보면 이를 판단하는데 될 수 있을 것이다. 환자가 어떤 상황에도 정확한 정보를 얻기를 원하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자기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을 가졌는지, 아니면 충격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차라리 모르고 죽음이라는 상황을 맞이하길 원하는 경향을 가졌는지, 환자 가족과 이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리

    한국 사회에서 “죽음” 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터부시된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이나 가족이 환자에게 이야기이나 특히, 상태가 나쁜 환자에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직접 물어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는 어떤 한 개인의 가치관보다는 가족 중심의 “孝”를 중요시하는 유교가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고, 죽음에 대한 교육이 사회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이 된다. 그래서 환자 스스로도 본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이, 임종기에 들어선 이후가 되어서야 가족의 판단에 따라서 남은 시간에 대한 치료를 결정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가치관의 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법의 집행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향후에도 위와 같은 경우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나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성숙한 상황이 와야, “연명의료 결정법”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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